우동 한 그릇 (바쁘지 않으신 분만 읽으세요)

by 임영직 posted Jan 20,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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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동 한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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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리 료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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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섣달 그믐날이 되면 우동집으로서는 일년 중 가장 바쁠 때이다.
> "북해정"도 이날만은 아침부터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 보통 때는 밤 12시쯤이 되어도 거리가 번잡한데 그날 만큼은 밤이 깊어질수록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10시가 넘자 북해정의 손님도 뜸해졌다.
> 사람은 좋지만 무뚝뚝한 주인보다 오히려 단골손님으로부터 주인 아줌마라고 불리우고있는 그의 아내는 분주했던 하루의 답례로 임시종업원에게 특별상여금 주머니와 선물로 국수를 들려서 막 돌려보낸 참이었다.
> 마지막 손님이 가게를 막 나갔을 때, 슬슬 문앞의 옥호막(가게이름이 쓰여진 막)을 거둘까 하고 있던 참에, 출입문이 드르륵하고 힘없이 열리더니 두 명의 아이를 데리고 한 여자가 들어왔다. 6세와 10세 정도의 사내들은 새로 준비한 듯한 트레이닝 차림이었고, 여자는 계절이 지난 체크무늬 반코트를 입고 있었다.
> "어서오세요!"
> 라고 맞이하는 주인에게, 그 여자는 머뭇머뭇 말했다.
> "저...... 우동...... 일인분만 주문해도 괜찮을까요......"
> 뒤에서는 두 아이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 "네...... 네. 자, 이쪽으로."
> 난로 곁의 2번 테이블로 안내하면서 여주인은 주방 안을 향해,
> "우동, 1인분!"
> 하고 소리친다.
> 주문을 받은 주인은 잠깐 일행 세사람에게 눈길을 보내면서,
> "예!"
> 하고 대답하고, 삶지 않은 1인분의 우동 한 덩어리와 거기에 반덩어리를 더 넣어 삶는다.
> 둥근 우동 한 덩어리가 일인분의 양이다.
> 손님과 아내에게 눈치 채이지 않은 주인의 서비스로 수북한 분량의 우동이 삶아진다.
> 테이블에 나온 가득 담긴 우동을 가운데 두고, 이마를 맞대고 먹고 있는 세 사람의 이야기 소리가 카운터 있는 곳까지 희미하게 들린다.
> "맛있네요."
> 라는 형의 목소리.
> "엄마도 잡수세요."
> 하며 한 가닥의 국수를 집어 어머니의 입으로 가져가는 동생.
> 이윽고 다 먹자 150엔의 값을 지불하며, "맛있게 먹었습니다."라고 머리를 숙이고 나가는 세 모자에게
> "고맙습니다, 새해엔 복 많이 받으세요!"
> 하고 주인 내외는 목청을 돋워 인사했다.
>
>
> 신년을 맞이했던 북해정은 변함없이 바쁜 나날속에서 한 해를 보내고, 다시 12월 31일을 맞이했다.
> 지난해 이상으로 몹시 바쁜 하루를 끝내고, 10시를 막 넘긴 참이어서 가게를 닫으려고 할 때 드르륵, 하고 문이 열리더니 두 사람의 남자아이를 데리고 한 여자가 들어왔다.
> 여주인은 그 여자가 입고 있는 체크무늬의 반코트를 보고, 일년 전 섣달 그믐 날의 마지막 그 손님들임을 알아보았다.
> "저...... 우동...... 일인분입니다만...... 괜찮을까요?"
> "물론입니다. 어서 이쪽으로 오세요."
> 여주인은 작년과 같은 2번 테이블로 안내하면서,
> "우동 일인분!"
> 하고 커다랗게 소리친다.
> "네엣! 우동 일인분."
> 라고 주인은 대답하면서 막 꺼버린 화덕에 불을 붙인다.
> "저 여보, 서비스로 3인분 내줍시다."
> 조용히 귀엣말을 하는 여주인에게,
> "안돼요. 그런 일을 하면 도리어 거북하게 여길 거요."
> 라고 말하면서 남편은 둥근 우동 하나 반을 삶는다.
> "여보, 무뚝뚝한 얼굴을 하고 있어도 좋은 구석이 있구료."
> 미소를 머금는 아내에 대해, 변함없이 입을 다물고 삶아진 우동을 그릇에 담는 주인이다.
> 테이블 위의 한 그릇의 우동을 둘러싼 세 모자의 얘기소리가 카운터 안과 바깥의 두사람에게 들려온다.
> "으...... 맛있어요......"
> "올해도 북해정의 우동을 먹게 되네요?"
> "내년에도 먹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 다 먹고, 150엔을 지불하고 나가는 세 사람의 뒷모습에 주인 내외는,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그날 수십번 되풀이했던 인삿말로 전송한다.
>
>
> 그 다음해의 섣달 그믐날 밤은 여느해보다 더욱 장사가 번성하는 중에 맞게 되었다. 북해정의 주인과 여주인은 누가 먼저 입을 열지는 않았지만 9시 반이 지날 무렵부터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모른다.
> 10시를 넘긴 참이어서 종업원을 귀가시킨 주인은, 벽에 붙어 있는 메뉴표를 차례차례 뒤집었다. 금년 여름에 값을 올려 '우동 200엔'이라고 씌어져 있던 메뉴표가 150엔으로 둔갑하고 있었다.
> 2번 테이블 위에는 이미 30분 전부터 <예약석>이란 팻말이 놓여져 있다.
> 10시 반이 되어, 가게 안 손님의 발길이 끊어지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기나 한 것처럼, 모자 세 사람이 들어왔다.
> 형은 중학생 교복, 동생은 작년 형이 입고있던 잠바를 헐렁하게 입고 있었다.
> 두 사람 다 몰라볼 정도로 성장해 있었는데, 그 아이들의 엄마는 색이 바랜 체크무늬 반코트 차림 그대로였다.
> "어서 오세요!"
> 라고 웃는 얼굴로 맞이하는 여주인에게, 엄마는 조심조심 말한다.
> "저...... 우동...... 이인분인데도...... 괜찮겠죠?"
> "넷...... 어서 어서. 자 이쪽으로."
> 라며 2번 테이블로 안내하면서, 여주인은 거기 있던 <예약석>이란 팻말을 슬그머 니 감추고 카운터를 향해서 소리친다.
> "우동 이인분!"
> 그걸 받아,
> "우동 이인분!"
> 이라고 답한 주인은 둥근 우동 세 덩어리를 뜨거운 국물 속에 던져넣었다.
> 두 그릇의 우동을 함께 먹는 세 모자의 밝은 목소리가 들리고, 이야기도 활기 가 있음이 느껴졌다.
> 카운터 안에서, 무심코 눈과 눈을 마주치며 미소짓는 여주인과, 예의 무뚝뚝 한 채로 응응,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주인이다.
> "형아야, 그리고 쥰아...... 오늘은 너희 둘에게 엄마가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구나."
> "......고맙다니요...... 무슨 말씀이세요?"
> "실은, 돌아가신 아빠가 일으켰던 사고로, 여덟명이나 되는 사람이 부상을 입었잖니. 보험으로도 지불할 수 없었던 만큼을, 매월 5만엔씩 계속 지불하고 있었단다."
> "음------ 알고 있어요."
> 라고 형이 대답한다.
> 여주인과 주인은 몸도 꼼짝 않고 가만히 듣고 있다.
> "지불은 내년 3월까지로 되어 있었지만, 실은 오늘 전부 지불을 끝낼 수 있었단다."
> "넷! 정말이에요? 엄마!"
> "그래, 정말이지. 형아는 신문배달을 열심히 해주었고, 쥰이 장보기와 저녁 준비를 매일 해준 덕분에, 엄마는 안심하고 일할 수 있었던 거란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일을 해서 회사로부터 특별수당을 받았단다. 그것으로 지불을 모두 끝마칠 수 있었던 거야."
> "엄마! 형! 잘됐어요! 하지만, 앞으로도 저녁 식사준비는 내가 할 거예요."
> "나도 신문배달, 계속할래요. 쥰아! 힘을 내자!"
> "고맙다. 정말로 고마워."
> 형이 눈을 반짝이며 말한다.
> "지금 비로소 얘긴데요, 쥰이하고 나, 엄마한테 숨기고 있는 것이 있어요.
> 그것은요...... 11월 첫째 일요일, 학교에서 쥰이의 수업 참관을 하라고 편지가 왔었어요. 그 때, 쥰은 이미 선생님으로부터 편지를 받아놓고 있었지만요.
> 쥰이 쓴 작문이 북해도의 대표로 뽑혀, 전국 콩쿠르에 출품되게 되어서 수업 참관일에 이 작문을 쥰이 읽게 됐대요.
> 선생님이 주신 편지를 엄마에게 보여드리면...... 무리를 해서 회사를 쉬실 걸 알기 때문에 쥰이 그걸 감췄어요. 그걸 쥰의 친구들한테 듣고...... 내가 참관일에 갔었어요."
> "그래...... 그랬었구나...... 그래서."
> "선생님께서, 너는 장래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라는 제목으로, 전원에게 작문을 쓰게 하셨는데, 쥰은 <우동 한그릇>이라는 제목으로 써서 냈대요. 지금부터 그 작문을 읽어드릴께요.
> <우동 한그릇>이라는 제목만 듣고, 북해정에서의 일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쥰 녀석 무슨 그런 부끄러운 얘기를 썼지! 하고 마음 속으로 생각했죠.
> 작문은...... 아빠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셔서 많은 빚을 남겼다는 것, 엄마가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일을 하고 계시다는 것, 내가 조간석간 신문을 배달 하고 있다는 것 등...... 전부 씌어 있었어요.
> 그리고서 12월 31일 밤 셋이서 먹을 한 그릇의 우동이 그렇게 맛있었다는 것...... 셋이서 다만 한 그릇밖에 시키지 않았는데도 우동집 아저씨와 아줌마는, 고맙습니다! 새해엔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큰 소리로 말해주신 일.
> 그 목소리는...... 지지 말아라! 힘내! 살아갈 수 있어! 라고 말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요.
> 그래서 쥰은, 어른이 되면, 손님에게 힘내라! 행복해라! 라는 속마음을 감추고, 고맙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 제일의 우동집 주인이 되는 것이라고, 커다란 목소리로 읽었어요."
> 카운터 안쪽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을 주인과 여주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 카운터 깊숙이 웅크린 두 사람은, 한장의 수건 끝을 서로 잡아당길 듯이 붙잡고, 참을 수 없이 흘러나오는 눈물을 닦고 있었다.
> "작문 읽기를 끝마쳤을때 선생님이, 쥰의 형이 어머니를 대신해서 와주었으니까, 여기에서 인사를 해달라고해서......"
> "그래서 형아는 어떻게 했지?"
> "갑자기 요청받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말이 안 나왔지만...... 여러분, 항상 쥰과 사이좋게 지내줘서 고맙습니다...... 동생은 매일 저녁식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클럽활동 도중에 돌아가니까, 폐를 끼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방금 동생이 <우동 한그릇>이라고 읽기 시작했을 때... 나는 처음엔 부끄럽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가슴을 펴고 커다란 목소리로 읽고 있는 동생을 보고 있는 사이에, 한 그릇의 우동을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이 더 부끄러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그때...... 한 그릇의 우동을 시켜주신 어머니의 용기를 잊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형제가 힘을 합쳐, 어머니를 보살펴 드리겠습니다...... 앞으로도 쥰과 사이좋게 지내주세요 라고 말했어요."
> 차분하게 서로 손을 잡기도 하고, 웃다가 넘어질 듯이 어깨를 두드리기도 하고, 작년까지와는 아주 달라진 즐거운 그믐날 밤의 광경이었다.
> 우동을 다 먹고 300엔을 내며 '잘 먹었습니다.'라고 깊이깊이 머리를 숙이며 나가는 세 사람을, 주인과 여주인은 일년을 마무리하는 커다란 목소리로, '고맙습니다! 새해엔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전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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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일년이 지나 ------
> 북해정에서는, 밤 9시가 지나서부터 <예약석>이란 팻말을 2번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그 세 모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 다음 해에도, 또 다음 해에도, 2번 테이블을 비우고 기다렸지만, 세 사람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 북해정은 장사가 번창하여, 가게 내부수리를 하게 되자, 테이블이랑 의자도 새로이 바꾸었지만 그 2번 테이블만은 그대로 남겨두었다.
> 새 테이블이 나란히 있는 가운데에서, 단 하나 낡은 테이블이 중앙에 놓여 있는 것이다.
> "어째서, 이것이 여기에?" 하고 의아스러워하는 손님에게, 주인과 여주인은 <우동 한그릇>의 일을 이야기하고, 이 테이블을 보고서 자신들의 자극제로 하고 있다, 어느 날인가 그 세 사람의 손님이 와줄지도 모른다, 그 때 이 테이블로 맞이하고 싶다, 라고 설명하곤 했다.
> 그 이야기는, '행복의 테이블'로써, 이 손님에게서 저 손님에게로 전해졌다.
> 일부러 멀리에서 찾아와 우동을 먹고가는 여학생이 있는가 하면, 그 테이블이 비길 기다려 주문을 하는 젊은 커플도 있어 상당한 인기를 불러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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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나서 또, 수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해 섣달 그믐의 일이다.
> 북해정에는, 같은 거리의 상점회 회원이며 가족처럼 사귀고 있는 이웃들이 각 자의 가게를 닫고 모여들고 있었다.
> 북해정에서 섣달 그믐의 풍습인 해넘기기 우동을 먹은 후,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면서 동료들과 그 가족이 모여 가까운 신사에 그 해의 첫 참배를 가는 것이 5,6년 전부터의 관례가 되어 있었다.
> 그날 밤도 9시 반이 지나 생선가게 부부가 생선회를 가득 담은 큰 접시를 양손에 들고 들어온 것이 신호라도 되는 것처럼, 평상시의 동료 30여명이 술이랑 안주를 손에 들고 차례차례 모여들어 가게 안의 분위기는 들떠있었다.
> 2번 테이블의 유래를 그들도 알고있다. 입으로 말은 안해도 아마, 금년에도 빈 채로 신년을 맞이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섣달 그믐날 10시 예약석'은 비워 둔 채 비좁은 자리에 전원이 조금씩 몸을 좁혀 앉아 늦게 오는 동료를 맞이했다.
> 우동을 먹는 사람, 술을 마시는 사람, 서로 가져온 요리에 손을 뻗히는 사람, 카운터 안에 들어가 돕고있는 사람, 멋대로 냉장고를 열고 뭔가 꺼내고 있는 사람 등등으로 떠들썩하다.
> 바겐세일 이야기, 해수욕장에서의 에피소드, 손자가 태어난 이야기 등, 번잡 함이 절정에 달한 10시 반이 지났을 때, 입구의 문이 드르륵 하고 열렸다.
> 몇사람인가의 시선이 입구로 향하며 동시에 그들은 이야기를 멈추었다.
> 오바를 손에 든 정장 슈트차림의 두 사람의 청년이 들어왔다. 다시 얘기가 이어지고 시끄러워졌다. 여주인이 죄송하다는 듯한 얼굴로 "공교롭게 만원이어서" 라며 거절하려고 했을 때 화복(일본 옷) 차림의 부인이 깊이 머리를 숙이며 들어 와서, 두 청년 사이에 섰다.
> 가게 안에 있는 모두가 침을 삼키며 귀를 기울인다.
> 화복을 입은 부인이 조용히 말했다.
> "저...... 우동...... 3인분입니다만...... 괜찮겠죠?"
> 그 말을 들은 여주인의 얼굴색이 변했다. 십수년의 세월을 순식간에 밀어 젖히고, 그 날의 젊은 엄마와 어린 두 아들의 모습이 눈앞의 세 사람과 겹쳐진다.
> 카운터 안에서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고있는 주인과, 방금 들어온 세 사람을 번갈아 가리키면서,
> "저...... 저...... 여보!"
> 하고 당황해하고 있는 여주인에게 청년 중 하나가 말했다.
> "우리는, 14년전 섣달 그믐날 밤, 모자 셋이서 일인분의 우동을 주문했던 사 람입니다. 그 때의 한 그릇의 우동에 용기를 얻어 세 사람이 손을 맞잡고 열심히 살아갈 수가 있었습니다.
> 그 후, 우리는 외가가 있는 시가현으로 이사했습니다. 저는 금년, 의사 국가 시험에 합격하여 교토의 대학병원에 소아과의 병아리 의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 만, 내년 4월부터 삿뽀로의 종합병원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 그 병원에 인사도 하고 아버님 묘에도 들를 겸해서 왔습니다. 그리고 우동집 주인은 되지 않았습니다만 교토의 은행에 다니는 동생과 상의해서, 지금까지 인생 가운데에서 최고의 사치스러운 것을 계획했습니다...... 그것은, 섣달 그믐 날 어머님과 셋이서 삿뽀로의 북해정을 찾아와 3인분의 우동을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 고개를 끄덕이면서 듣고 있던 여주인과 주인의 눈에서 왈칵 눈물이 넘쳐 흘렀다.
> 입구에 가까운 테이블에 진을 치고 있던 야채가게 주인이, 우동을 입에 머금은 채 있다가 그대로 꿀꺽하고 삼키며 일어나,
> "여봐요 여주인 아줌마! 뭐하고 있어요! 십년간 이 날을 위해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기다린, 섣달 그믐날 10시 예약석이잖아요, 안내해요. 안내를!"
> 야채가게 주인의 말에 번뜩 정신을 차린 여주인은,
> "잘 오셨어요...... 자 어서요...... 여보! 2번 테이블 우동 3인분!"
> 무뚝뚝한 얼굴을 눈물로 적신 주인,
> "네엣! 우동 3인분!"
> 예기치 않은 환성과 박수가 터지는 가게 밖에서는 조금전까지 흩날리던 눈발도 그치고, 갓 내린 눈에 반사되어 창문의 빛에 비친 <북해정>이라고 쓰인 옥호막이 한 발 앞서 불어제치는 정월의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