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보기도

2011.12.18 06:12

예수님의 발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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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세계인교회에서 사역하시는 김영철 전도사님의 '예수님의 발냄새'라는 제목의

간증집 중 참으로 감동적인 내용의 글이 있어 올려봅니다.

일본 선교를 위해 규슈 지방에 있는 후쿠오카 역 근처 작은 공원에 갔을 때였습니다.
38명의 사역자들이 점심을 해먹기 위해 버너를 켜고 물을 끓이고 있었습니다.

그때 노숙자 할아버지 한 분이 다가와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었습니다.
사역에 참여한 학생 한 명이 서투른 일본말로 “저희는 한국에서 온 크리스천입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의 얼굴이 갑자기 밝아지더니 어디론가 가셨습니다.
그곳은 다름 아닌 공원 한쪽에 판자와 라면 박스로 만들어 놓은 임시 숙소였습니다.
할아버지는 바로 종이 한 장을 가지고 나오셨습니다. ‘세례증서’였습니다.
한인 교회 목사님이 세례를 베푸시는 사진 한 장도 끼어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너무 좋아하시면서

다시 숙소로 들어가셨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할아버지는 우리가 크리스천이라는 그 이유 하나 때문에

약 5만 원어치 정도의 오렌지를 사오셨습니다.
저희는 할 말을 잃어버렸습니다. 급히 다섯 명의 조장을 불러, 할아버지의 오렌지 선물에 대한

답례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습니다.
우리는 조별로 천 엔씩 헌금을 지출하기로 했습니다.

할아버지께 우리의 감사의 마음이라는 말과 함께 사랑의 헌금을 전달했습니다.
그런데 더욱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이번에는 약 10만 원어치 정도 되는 밤을

사오신 것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미국인 목사님이 사역하시는 후쿠오카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매주일 약 5시간 정도 성경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선물을 받고 나서 조별로 문화 탐방을 위해 시내 곳곳으로 떠났습니다.

저는 혼자 남아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리기 위해 할아버지 숙소로 갔습니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추운 겨울을 버텨 낼까?’ 하는 마음이 앞섰습니다. 비라도 오면 빗물이 철철

넘쳐날 것 같았습니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받은 식품을 다른 노숙자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었습니다.
자신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노숙자들에게 주님의 사랑을 전하면서 말입니다.

“할아버지 왜 이렇게 많은 것을 주셨어요?” “전도사님, 그건 제가 드린 게 아닙니다.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다 하나님의 은혜예요.”
‘하나님의 은혜’라는 말 앞에 더 이상 대꾸할 말이 없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린 후 초라한 포장이 둘러쳐진 천막을 뒤로한 채 후쿠오카 역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어디를 가도 계속 할아버지 모습이 떠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무엇을 해도 온통 할아버지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주님께 물었습니다.

“주님, 제가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그때 제 마음에 들려오는 음성이 있었습니다.
“손톱깎이를 사라.” 저는 주변에 있는 백화점에 들어가 손톱깎이를 하나 샀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계시는 천막으로 향했습니다.
“할아버지, 저 또 왔어요.” 워낙 공간이 좁아 혼자 앉기도 불편할 정도였습니다.


“할아버지, 손톱 좀 보여 주세요.” 손톱은 이미 1cm 정도 자라 있었습니다.
손톱을 하나하나 손질하며 예쁘게 깎아드렸습니다. 너무 좋아하시며 어쩔 줄 몰라하셨습니다.

“할아버지, 양말 벗으세요. 발톱 깎아 드릴게요.”
“전도사님, 이 정도만 해도 너무 감사해요.” “아니예요. 빨리 양말 벗으세요.”

“사실은 발이 너무 더러워서 그래요.”

할아버지는 수줍어하시며 양말을 벗으셨습니다.
발 곳곳에 하얀 가루가 겹겹이 쌓여 있었고, 발톱과 발가락 사이사이에는 시커멓게 때가 끼어 있었습니다.
발톱에 끼어있는 때는 이쑤시개로 파내고 발가락 사이사이는 그냥 떼내었습니다.
엉망으로 자란 발톱을 깎고 다듬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렇게 손톱과 발톱을 다듬으면서 떨어진 가루는 무릎에 쌓여갔습니다.
그때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음성이 들렸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아, 고맙다! 지금까지 아무도 내 손톱 발톱을 깎아주지 않았는데, 네가 해주는구나.

정말 고맙다!”
할아버지의 음성이 아니었습니다. 선명한 주님의 음성이었습니다.

깜짝 놀라 할아버지를 보니 눈물을 흘리고 계셨습니다.
할아버지의 눈망울을 가득 채운 눈물 속에 주님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초라한 노숙자 할아버지와 주님이 함께 계셨습니다.
주님은 냉대받고 버림받은 영혼과도 함께 계셨습니다.

그때부터 할아버지 발에서 떨어진 하얀 부스러기는 향기 나는 꽃가루 같았습니다.
발가락 사이사이에 붙어 있는 때는 붕어빵에 들어있는 맛있는 앙꼬 같았습니다.
두 손 가득 주님의 발냄새가 묻어났습니다. 약 40분 정도가 지나서야 손톱 발톱 정리를

끝낼 수 있었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할아버지에게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이곳이 많이 불편하지요? 지금은 비록 할아버지 집이 이렇게 작아 보여도

천국에서는 누구보다 아름답고 큰 집에서 살 수 있을 거예요.”
아무 말씀 없이 눈물만 흘리고 계시는 할아버지의 두 손을 잡고 또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오늘 제가 한 건 아무것도 없어요. 모든 것은 하나님의 선물이랍니다. 그리고

모든 것은 하나님의 은혜였어요.”

할아버지와 헤어진 후, 사역자들과 약속한 6시에 후쿠오카 역으로 갔습니다. 손은 씻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의 향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싶어서였습니다. 다시 38명의 사역자들이 역에 모였습니다.
그들에게도 주님의 발냄새를 맡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도시락을 먹고 있는 사역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을 꼭 잡아주었습니다.
사역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같이 손을 맞잡았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예배 시간에 그날 만난 할아버지와 함께하시던 예수님에 대해 나누었습니다.
사역자들은 벅찬 가슴, 잔잔한 감동으로 주님 앞에 무릎 꿇었습니다.
자신도 노숙자인 처지에 더 가난하고 헐벗은 이들을 위해 살고 있는 무명의 그리스도인의 모습에서

우리는 예수님의 사랑을 깨달았습니다.
말씀마다 ‘주님의 은혜’를 강조하시던 할아버지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나태하고 인색하고

병든 신앙을 소유하고 살았는지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사랑은 요란한 소리 없이 영혼에서 영혼으로 전달되는 사랑의 나눔이라는

사실을 마음 깊이 새겼습니다.
“저녁 잡수시던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벗고 수건을 가져다가 허리에 두르시고 이에 대야에

물을 담아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고 그 두르신 수건으로 씻기기를 시작하여”(요 13:4-5)

예수님의 발냄새는 사랑입니다.
예수님의 발냄새는 섬김입니다.
예수님의 발냄새는 진한 눈물입니다.
예수님의 발냄새는 잔잔한 감동입니다.
예수님의 발냄새는 소박한 헌신입니다.
예수님의 발냄새는 관심입니다.
예수님의 발냄새는 나눔입니다.
예수님의 발냄새는 동행입니다.
예수님의 발냄새는 낮아짐입니다.
예수님의 발냄새는 복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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